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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일기

스킨을 바꾸다 한동안 방치해 두었던 이곳을 오늘 새단장했다. 스킨을 바꾸었고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세세한 부분들을 약간 손보았다. 메인화면 위쪽의 경구는 빈공간 놀리기가 아까워 한번 넣어 본 것이다. 새단장을 계기로 포스팅도 줄줄이 이어질지 모를 일. 더보기
뚜기 야심한 밤. 자려고 책상에서 일어나 씻고 와서 불 끄려는데 이게 웬일, 방에 메뚜기가 있다. 벽에 있다가 내 인기척에 방문에 가서 붙는다. 녀석들 아무리 우리 집이 만만해 보여도 그렇지 다른 놈도 아니고…. 메뚜기는 집안에서 보기에 그리 흔한 곤충은 아니다. 죽이기는 그렇고 밖으로 내보내기가 막막했다. 전에 온 벌 한 마리는 빈 냄비에 들어간 틈을 타 뚜껑을 닫고 밖에 나가 풀어주었는데, 메뚜기는 이리저리 날기보다는 한두 번 폴짝거리곤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라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큰 비닐봉투의 아가리를 열어 구석으로 몰았더니 비닐 입구에 붙었다. 다행히도 얌전히 있어서 바깥까지 가는 동안 서로 평화로웠다. 남은 여생 잘 살아가기를! 더보기
욕망의 덫에 걸린 행복 사람은 좋은 상황이든 나쁜 상황이든 빠르게 적응하므로 행복도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옛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쾌락의 상대주의와 좋은 사회 계획하기’(1971)라는 미국 심리학 논문에서 처음 쓰인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는 개념이다. 사실 빠르게 바뀌는 외부 상황이 개인의 행복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누구든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행복은 ‘삶에 대한 지속적 만족’을 뜻한다. 그러면 삶에 대한 만족도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서 욕망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욕망을 충족시키는 게 바로 만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욕망(desire)은 욕구(need)와 달리 무한하다. 밑빠진 독처럼 아무리 물을 부어넣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쾌락의 쳇바퀴 이론은 욕망.. 더보기
불확실성에 관하여 1. 예전에 한 은사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가장 작은 것’은 점 하나 찍는 것보다도 작아서 그릴 수 없고, ‘가장 큰 것’은 경계선을 그을 수 없을 정도로 커서 그릴 수 없다고 한다. 결국, 큰 것과 작은 것은 표현의 차이일 뿐 비슷한 속성을 가진 셈이다. 2. 근대까지의 물리학이 고전역학이라는 확고한 틀 내에 있었다면, 현대의 양자역학에서는 확률적 추측만 가능할 뿐 명확한 예측을 하기가 어렵다. 작은 입자로 이루어진 미시적 세계에서는 우연성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세계는 근원적으로 불확실하고, 그 불확실성들이 모여서 더 큰 불확실성을 만든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내 앞의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미시적 세계에서.. 더보기
음악과 기억 1.신기하게도 예전에 즐겨듣던 음악을 다시 들을 때면, 음악을 들을 때의 정서나 상황이 함께 떠오르곤 한다. 어떤 일을 기억할 때, 뇌가 특정한 사실뿐만 아니라 그에 연관된 상황이나 분위기도 함께 기억하는 듯하다. 특히 그런 음악을 들을 때면 평상시에는 기억나지 않는 일들도 더 잘 생각나서 신기하게 느낀 때가 많다. 2.오래전 일들, 그러니깐 나에겐 어린 시절 일들이 되겠지만 딱히 어린 시절이 아니더라도, '옛날' 생각을 하면 별 이유없이 가슴이 뭉클해지고 살짝 우울해지곤 한다. 이런 걸 추억의 애잔함이라고 하나? 여튼 과거 회상을 할 때에 느껴지는 그런 감정이 있다. 3.본의 아니게 그런 감정을 느낄 때가 많다. 문득 듣게 된 음악이 예전의 닫힌 기억들을 함께 가져온다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의도하.. 더보기
용서하십시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 차분히 심호흡을 하는 오늘 해 아래 살아 있는 기쁨을 감사드리며 우리 함께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밤새 뉘우침의 눈물로 빚어낸 하얀 평화가 새해 아침을 더욱 아름답게 해 주십시오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부끄러운 행동을 많이하고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함으로 죄를 짓고도 참회하지 않았음을 용서하십시오 나라와 겨레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나라와 겨레가 있는 고마움을 소중한 축복으로 헤아리기보다는 비난과 불평과 원망으로 일관했으며 큰일이 일어나 힘들 때마다 기도하기보다는 '형편없는 나라' '형편없는 국민' 이라고 습관적으로 푸념하며 스스로 비하시켰음을 용서하십시오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의무를 사랑으로 다하지 못하고 소홀히 했습니.. 더보기
아니면 말고 일을 저지를 순 있다. 박찬욱이 학교 숙제라며 '가훈'을 내놓으라고 조르는 초등학생 딸에게 내놓은 가훈 '아니면 말고'의 해설처럼, "뭐든지 멋대로 한번 저질러 보는 거"다. 그런데도 "분위기가 썰렁해지면" 그의 말마따나 '아니면 말고'를 "중얼거려주면" 그만이다. 다음 날 박찬욱의 딸은 선생님께서 "세상에 뭐 이딴 가훈이 다 있냐?"며 새 것을 받아오든가 아니면 뭔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들어오랬다고 전했다. 이에 그는 한번 정한 가훈을 무를 수는 없다면서, 즉 이 일에서만큼은 '아니면 말고'를 적용할 수 없다면서, 딸에게 다음과 같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들려주었다. "현대인들은 자기 의지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매우 오만한 태도다. 세상에는 의지만 가지고 이룰 수 없는 일이 많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