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이 나오키 코넬대 교수는 <일본, 영상, 미국>에서 2차대전 뒤 미국이 일본 천황제와 전쟁범죄를 저지른 보수우파들을 살려둔 것은 일본제국의 중국대륙 지배정책 실패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라고 했다. 일제는 자신들이 중국 저항세력 진압을 위해 직접 전면에 나섰기 때문에 실패했다. 중국에 매판적 민족주의세력을 양성해 그들을 대신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들은 뒷전에서 그들을 조종했어야 했다는 ‘반성’은 일제 때 그들 내부에서 이미 나오고 있었다. 미국은 거기서 힌트를 얻었고, 전후 일본 민족주의를 부추겨 현지 관리자로 육성함으로써 지금까지 일본을 효율적으로 지배해 왔다는 게 사카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이제이’다. 개번 매코맥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 명예교수도 최근 저서 <종속국가 일본>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고이즈미, 아베, 아소 다로 등이 대표하는 일본 우파세력의 민족주의가 친미종속으로 내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찰한 매코맥은 그 파괴적인 종속구조를 뒤따라 모방하는 한국 보수 우파 정권에 냉소를 보냈다.
일본 우파야 그래도 그 종속구조 유지에 협조해주는 대신 그걸 토대로 한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이라는 더 큰 틀 안에서 국민국가 일본 전체의 풍요를 쌓아올렸다. 하지만 이 땅의 우파는 미국·일본의 그 구조와 전략 때문에 영속화한 자민족 및 국토 분단 희생자들의 비극과 저항을 대리 관리해 주는 대가로 무엇을 얻어냈나. 그들만의 이익 보장?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과 촛불시위 이후 노골화하고 있는 공안정국도 매판적 관리 차원으로 읽어야 하나.
한승동, <한승동의 동서횡단: 우파 존재이유가 매판과 사욕?>,《한겨레》, 2008년 10월 11일, 19면. (일부발췌)
한국 혹은 한반도가 진정으로 민주화되는 때가 온다면, 그때가 진정으로 식민 청산이 완료되는 시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