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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노동의 유연성

노동의 유연성이라…. 얼마나 좋은 말인가. "유연하다." 딱딱하고 경직된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신축성 있다. 고지식하지 않고 융통성 있다는 느낌도 든다. 영어의 flexibility도 잘은 모르지만 긍정적인 어감인 듯싶다. 그러면 노동이 유연해지면 어떤 게 좋은 걸까? 아마 일이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얽매임 없이 해고도 자유롭게, 취업도 자유롭게. 하나의 직장에서 평생 일하는 건 지루한 일이다. 게다가 처음 혹은 몇 번 바꾸어 얻은 직장이 자신이나 사회에 맞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지루함과 불확실성 때문에 노동의 비유연성은 타개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 항간에 쓰이는 노동의 유연성이란 이것과는 다르다. 자유롭고 융통성 있는 것이 아니라 제멋대로에 무책임하다. 해고는 자유로우나 그에 이은 재취업은 기약 없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실업 급여라도 두둑이 주어지면 모르겠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게 보면 이것은 유연성이라기 보단 가분성(可分性)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유연성의 본질은 잘라 내치는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로 옮긴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 전체적으로 고용의 규모를 유지하면서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해고를 자유롭게 해 주라. 기업도 맞지 않는 직원은 마음껏 자르라. 단, 정부와 기업이 갹출하여 실업 기금을 조성하고, 다시 취업할 때까지 실업 급여와 재교육을 장기간 지원하라. 생계에 부담 없고 노동자들이 직업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노동의 유연성이라면 백 번 더 찬성이다. 노동의 유연성이지 해고의 편의성이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