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주격조사에는 ‘은/는’의 한 세트와 ‘이/가’의 한 세트가 있는데, 이 두 세트의 차이가 참으로 미묘하다.
한국인은 밥을 먹는다.
한국인이 밥을 먹는다.
앞의 문장은 한국인 일반이 모두 밥을 먹는다는 일반화로 보이는 반면, 뒤의 문장은 다른 나라 사람이 아닌 어떤 한국인이 지금 눈앞에서 밥을 먹고 있다는 진술로 보인다. ‘은/는’이 보통 일반적인 진술을 다루기 때문에 그것을 특별히 ‘주제격조사’라 부른다고 한다. 영어 문장을 번역하다 보면 어느 세트를 사용해야 할지 어려운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적당히 느낌이 오지만 잘 갈피가 잡히지 않는 것은 글에서 그 문장의 상대적 중요도를 정확히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