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

한국경제의 재조명 “양극화로 치닫는 기업 경쟁력”

KDI에서 주최한 토론회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부분부분 빠진 내용도 조금 있을 것이나 참고용으로 게시해 둔다.

일시: 2012.3.20. 09:30~12:00

장소: 예금보험공사 19층 대회의실

주최: 한국개발연구원(KDI)

후원: 조선일보

 

우천식 발표 (KDI 산업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

. 개괄 및 문제의 제기

양극화(격차 확대)는 성장률의 추세적 둔화와 함께 국정 최대 현안 과제가 되어 있다. 산업·기업간 성과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이는 고용과 소득의 격차로 이어지면서 성장잠재력과 함께 사회적 통합 기반을 잠식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근래에는 이에 대한 우려와 정책적 관심이 배증되고 있으나, 원인적인 접근보다는 양극화의 결과라 할 수 있는 근로빈곤층고용소득 불안문제에 대한 복지정책 성격의 대응에 급급한 상황이다. 보다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그동안의 산업·기업의 양극화경쟁력 구도에 있어 유의미한 구조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 2004-5년 양극화 T/F 작업의 주요 내용

1. 양극화의 구조

90년대 초 중국이 경제성장 가도로 급부상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중에서 저부가가치 부문에 해당되는 노동집약적 산업부문, 예를 들어 섬유산업, 신발산업 등이 경쟁력이 침체된 반면, 이를 지켜본 기술집약적 산업에서는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급격히 늘리게 되면서, 양극화가 발생이 되는 단초가 제공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기업간 격차소득·고용 격차, 이는 다시 혁신기반(교육·인적자원 투자기회) 격차로 이어지고 이 격차가 다시 원래의 산업·기업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다. 게다가 현재는 산업·기업간 양극화뿐만 아니라 사회 분야 전반에 걸친 양극화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은 높은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데 비해, 서비스업은 그렇지 못하다. 문제는 서비스업 분야가 고용은 물론 부가가치로서도 우리 경제에서 담당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전체 GDP를 끌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마찬가지로 중화학과 경공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부문과 내수부문에서 각각 전자와 후자 사이의 양극화가 커지고 있고, 그 결과 기업과 가계에서도 기업의 소득증가율은 높은 반면 가계는 그렇지 못해 소득분배의 양극화도 보여주고 있다.

 

2. 양극화의 3대 요인

양극화의 3대 요인으로는 글로벌라이제이션으로 대표되는 경제환경의 변화가 가장 크고, 중소기업 기반이 취약하고 자영업이 비대한 국내 산업·고용구조의 취약성,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정책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3. 양극화의 전망

이러한 산업구조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는 것이기에, 양극화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 내지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구체적으로 볼 때,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보면 그 자체의 부문 간 격차도 있지만, 제조업 내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커지고, 서비스업도 기업형 서비스업은 매출이나 고용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데 반해, 생계형 서비스업이라 불리는 소형 자영업들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4. 양극화의 경제·사회적 영향

따라서 이러한 양극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분배구조가 악화되어 성장잠재력을 잠식하고, 이는 사회통합기반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5. 정책 방향

이에 대한 정책의 방향은 낙후부문을 끌어올려 선도부문과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경제의 외환위기 이후 평균 성장률이 4~5%대인데, 그전의 7~8%대에서 떨어지게 된 이유는 산업주변부, 즉 중소기업, 서비스업 등으로 대표되는 낙후부문의 성장이 둔화되어 전체 성장률에 가중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반성장이란 개념이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데에도 기여하겠지만 동시에 성장의 잠재력도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산업·기업의 양극화와 경쟁력 실태

1. 추세적 전개과정

먼저 90년대 이후 산업간,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양극화가 지속되었고, 같은 산업 내에서도 제조업 내에서는 IT등 중화학공업과 경공업 간에, 서비스업에서는 기업 대상의 생산자서비스업과 전통적서비스업 간에 업종간 격차가 확대되었다. 더 나아가 같은 업종 내에서도 기업간의 양극화가 발생하여, 심지어 재벌·대기업들 중에서도 IT 분야나 자동차 분야의 기업들은 성장하고 있으나 내수에 치중하는 기업들은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2.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양극화

서비스업 부문의 고용 비중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선진국과 비슷한 67% 수준). 노동집약적 산업이 개도국과의 경쟁에서 밀려서 퇴출됨에 따라 그 인력들이 서비스업 분야로 속속 진입하였다. 흔히 말하는 주변의 치킨집 같은 영세 자영업 분야이다. 그래서 사업자 수는 많아졌지만 1인당 부가가치는 전혀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2000년 이후 계속 60% 수준). 결국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여전히 제조업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3. 제조업 부문내 양극화

제조업 부문 내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노동생산성 격차가 확대되는 동시에, 점차 대기업 부문과 중소기업 부문 각각에서도 업체간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4. 서비스업 부문내 양극화

서비스업 내 고용구조를 볼 때 저생산적 업종 고용은 90년대 이후 계속 확대된 반면, 고생산성 업종의 고용은 정체·감소 추세에 있다. 한편 기업규모별로 볼 때, 종사자수 20인 이상인 업체의 고용, 매출액 비중은 증가하고 있으나, 5인 미만 영세업체의 비중, 특히 고용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5. 혁신기반 격차의 확대: 인력과 연구개발투자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가 투자에 대한 차이로 이어져 대기업으로 고급인력이 집중되고 R&D투자에 대한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 양극화의 국내 산업구조적 원인과 향후 전망

국내 산업구조의 취약성과 향후 전망

부품·소재 중소기업 기반 취약 BRICs와 같은 신흥 개도국들의 부상으로 외부적 경쟁압력은 더욱 지속/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다한 자영업주 비중 장기적으로는 자영업자들을 기업화된 서비스부문으로 전환(transformation)하는 것이 과제이고, 단기적으로는 그러한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격렬한 저항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정책적 과제이다.

 

. 정책대응의 방향과 초점 과제

1. 정책방향: 동반성장

앞서 언급하였듯이, 동반성장이란 성장과 분배가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주변부를 끌어올림으로써 분배도 개선시키고 성장잠재력도 올리는 상호의존적인 개념이다.

 

2. 정책여건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므로, 기존의 제조업 경쟁령을 보완할 수 있는 서비스업, 이를테면 디자인, 광고·마케팅, 해외 시장조사 등의 생산자서비스업이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서비스업(교육, 보건의료, 교육행정)을 육성함으로써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여 소득증가, 소비증가, 내수증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근로계층의 교육수준·학습동기가 높아 산업과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전망은 밝은 편이다.

 

3. 주요과제

서비스업 구조 개선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 방안이 개별부처 차원에서만 단기적으로 기획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렴시킬 필요가 있다.

저숙련서비스업은 손쉽게 진입이 가능하여 출혈 경쟁이라고까지 할 만큼 경쟁이 과도한 반면, 고숙련 부문은 상당 부분이 자격증 등으로 진입제약이 큰 편이다. 따라서 고숙련 부문의 진입장벽을 낮추거나 저숙련 부문 종사자들에 대한 재훈련·재교육을 통해 고숙련 부문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제조업과 연계된 서비스업을 육성시켜 고부가가치화 시킬 필요가 있다. 실제로 아이폰의 경우 제조는 중국에서 이루어지지만 대부분의 부가가치는 우리나라와 같은 중간재 제조국이나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고도화

불법적인 하도급 거래 관행을 없애는 것이 필요조건이 될 것이고 그 기반 위에서 혁신형 중소기업을 발굴하여 자금지원을 하여야 한다.

퇴출되어야 마땅한, 매출액이 5년 연속 마이너스인 기업들이 정부의 무차별한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한계기업을 정리하고 고성장하는 중소기업이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재편하여야 한다.

 

중소기업 R&D 지원체제 개선

과거 개발연대에는 공장 건설비용을 지원하면 눈으로 보이는 성과가 있어 평가가 쉬웠으나, 오늘날 R&D지원의 경우에는 지원 전후의 개선을 측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부분에서 박사급 전문가, 교수들을 동원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시장에서 나온 데이터를 이용하여 중소기업의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부품소재 FDI 전략혁신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우리 기업의 자생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해외 다국적기업들의 FDI(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수봉 토론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

먼저 양극화의 개념을 생각해보면, 사전적으로 두 개의 무언가가 서로 반대되는 쪽으로 달라지고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 반대개념은 수렴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두 개념은 매우 동태적이면서도 중간 영역을 허용하지 않는 극단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중간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수출과 내수를 함께 하는 기업’, 혹은 중산층에 대한 배려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월가 시위에 나타난 것처럼 1%99%를 대비시키는 식으로 멀어져가는 양측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고 중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발제자의 발표 내용에 나타난 현상, 원인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고 정책방향에도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사례에 대해서는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정책제안에 거시적인 정책이 빠져있다. 인플레이션이 저소득층의 소득분배구조나 중소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에 대한 논의가 빠져서는 안 된다. 최근의 연달은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유동성 공급으로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촉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중요한 문제이다.

발제자가 양극화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4가지 주요과제를 제안했는데, 이것들은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기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서로 충돌하는 부분도 있다. 또한 이것들이 정부가 정책으로 할 일인지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인지도 불분명하다. 정책의 부작용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특히 앞서 발제에서도 나타났듯이 한계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한 지원이 계속되어 온 것이 정책실패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편 구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고용이 정체된 상황에서 실업이 늘어난다든지,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서 저임금 일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한 점도 양극화의 원인으로 함께 보아야 한다. 또 대기업이 수출로 번 돈이 국내에 퍼지는 낙수효과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것은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계수가 낮아지고 있고 최근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수출을 많이 해도 남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대기업이 수출로 번 돈을 쓰지 않아서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자영업자 대책에 관해서는, 자영업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들을 재교육하여 고수익 부문으로 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 중견기업의 조건에 맞는 기업은 1300여개이고 전체 기업의 0.2%에 불과하나, 일본의 경우 1%가 넘고 독일은 8%가 넘는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있으나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 중소기업의 기준을 벗어나자마자 100개가 넘는 지원이 끊긴다고 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중견기업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하는 것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영희 토론 (한국생산성본부 연구기획단 팀장)

산업·기업 간의 양극화의 존재로 인해 소득·고용, 혁신기반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에 대해 매우 잘 설명한 발제가 아니었나 싶다. 이 양극화문제를 노동생산성 측면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노동생산성 지수를 2008년을 100으로 놓고 볼 때, 20111/4분기부터 3/4분기까지 평균 지수 추이를 보면, 제조업이 122, 서비스업이 108, 건설업이 79로 나타났다. 제조업이 경쟁력이 강화되었고, 서비스업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118, 중소기업은 110으로 나타났으나, 전년(2010)대비로 보면 대기업은 1.7%, 중소기업은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편 중소기업의 수익성은 매우 악화되었는데 대기업에 종속된 구조와 그로 인한 불공정거래, 그리고 기업가 정신의 약화가 그 원인들로 생각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격차를 보면, 그동안 정책적으로 제조업 위주의 생산성 향상 정책을 써왔는데 이제는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발제자도 언급하였듯이 우선 각 부처간 산재해 있는 지원 부문들을 일원화하고 제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PMS(생산성 경영 시스템)을 서비스업에도 도입하여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고도화에 관하여,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기업(중견기업)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쿠쿠전자의 경우 독립브랜드로 아시아에서 굳건한 위치를 갖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이다. 한편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포괄적 심의조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김형만 토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산업구조 고도화의 장애물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과거 개발 시대의 평생직장개념이 지식기반사회로 오면서 사라졌는데 우리 사회의 교육시스템은 과거의 틀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교육이란 장기적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인데, 저소득층의 입장에서 등록금 등 제약조건이 커지게 되면 투자가 부족해지는 셈으로 그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일시적으로만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되고 인적자원정책과 산업정책을 함께 구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25세 이하 고학력 인구 비율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학력은 높지 않은데 이것은 예전 저학력 인구가 노동시장에서 퇴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높은 노동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발제문에서도 나타났듯이,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이것은 사회공동체적 특성을 담은 정책이 필요하다. 과거의 시혜적 복지’, ‘생산적 복지개념을 벗어나 학습 복지라는 측면에서 사회통합적 영역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6가지 정도 조건들을 살펴보겠다.

먼저 정규교육의 영역에서 할 일인데, 직업진로문제이다. 실업계 고교생이 자신의 전공을 이어가는 비율이 50%가 채 안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진로교육을 해서 직업에 대한 의식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고등교육선택문제는 형평성의 문제가 개입된다. 저소득층의 경우 금융 제약으로 인해 고등교육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융자나 장학금을 늘려서 학부모가 부담하는 등록금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 특성화문제로, 마이스터고나 폴리텍대에서 실질적으로 서비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교육과정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

다음으로 성인들에 대한 인적자원 개발 영역인데, 교육훈련에 대한 정보인프라를 제공하고, 고용불안을 줄이기 위해 전직 지원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지역거점학습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도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인력이 수도권 중심이라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산업·학교·지역이 함께하는 공동체 거점이 필요하다.

 

장석인 토론 (산업연구원 산업경제연구센터 소장)

지난 정권에 이어 이번 정권에서 이 불편한 진실을 2번째 다루고 있다. 04~05년에 분석한 내용도 지금과 똑같은 내용으로, 양극화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이고 계속 다루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언급이 사라졌다가 이번 정권 후반부에 와서 다시 제기된 것이다. 이 문제는 진보/보수 정권이든 누가 제기했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서 진지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와 다르게 당시에는 양극화가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것을 넘어서서 보수층에서도 양극화를 크게 인식하고 이번 총선에서도 보수정당들 까지 양극화와 재벌개혁을 화두로 삼고 있다. 문제가 더 심각해진 셈인데, 발제 내용에서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대기업 내부에서도 4대 대기업과 나머지의 격차, 혹은 대기업 중 수출기업과 비수출기업,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로 내부의 양극화로 나누어 훨씬 더 미시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정책대응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연이은 세계경제위기가 중국에 영향을 미치고 중국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선도부문이나 선도부문에 연계된 중소기업에 크고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한미FTA를 비롯한 여러 가지 개방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낙후부문이 자생력을 잃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 양극화의 심각성에 대한 정치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분법적인 접근을 통해 선도부문이 잘되니까 양보하라라는 식의 강압적, 책임을 강요하는 정책은 정권이 바뀌거나 정책의지가 약화되면 금방 무너지게 된다. 건강하고 경쟁력있는 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CEO가 사회적 경영을 하게 되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배임이 되는 구조 하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CEO에게 강요한다고 해서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을 보면 분명하다. 기업 자체 내에서 R&D가 이루어지고 인력양성 플랫폼을 마련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고 이것을 정부가 촉진해주어야 한다.

 

주형환 토론 (기획재정부 차관보)

발제 내용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나, 양극화 정책이 지난 정부와 달리 이번 정부에 와서 미진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 신용보증확대, 소상공인 영업환경 개선 등의 정책이 꾸준히 이어져 왔고 이전 정권과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뀐 것은 없다.

격차확대의 원인과 관련하여, 우리 경제가 중국이라는 큰 경제가 옆에 있음으로써 한쪽으로는 좋은 측면에서 산업구조의 고도화 압력을 받는 반면, 다른 한쪽으로는 양극화의 측면도 있지 않았나 싶다. 중국이나 신흥국 경제의 장기 구조적 변화가 어떠할지 그것이 우리의 투자, 교역, 산업정책, 나아가서는 노동시장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심층적으로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책 관련하여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바이고, 양극화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것은 동반성장과 공생발전이 될 것이고 그것의 키워드는 결국 상향적 이동성(upward mobility)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다. 즉 제조업 부문 내에서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 혹은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의 중소기업들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까 장석인 소장이 언급하였듯이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산업·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추가적으로 해야 할 것으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특히 혁신형 창업기업이 꾸준히 커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지금은 주로 B2B시장 중심으로 진출해 있지만 앞으로는 해외나 소비자에 직접 대응하는 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비스업 지원에 관련해서도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현재 국회에서 제정을 기다리고 있고, 정부도 범부처적 입장에서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정책을 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전반적으로 경쟁을 촉진하고 개방을 확대하는 노력도 생산성을 높이는 것과 병행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사람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아직은 미진하지만 생애주기별로 지원을 하고 있다. 영아 및 유아기에 보육비를 지원하고 초중고의 경우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닐 경우 교육비를 전액 지원하고, 대학생의 경우 소득 하위 70%에 대한 등록금을 대폭 지원하며, 중장년층에게는 저임금근로자에게 사회보험료 지원, 노인층은 노인장기요양병원 운영, 기초노령연금을 지원하고 있다.

외부적 요인도 있고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 격차확대를 줄이거나 눈에 띄는 모습이 나오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계속해서 줄여나가려는 노력을 하겠다. 또한 그동안 정부가 했던 양극화 해소 정책이 어떤 것은 효과가 있었고 어떤 것은 미진했는지를 평가하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