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큐의 경제학; 4판>의 2장에 보면 경제모형을 설명하면서 생산가능곡선의 사례가 나온다. 자동차와 컴퓨터만을 생산하는 경제의 생산가능곡선이었는데 원점에 대해 오목하게 우하향하는(그러니까 위에서 보면 볼록한) 형태로 나타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전국민이 모두 자동차만을 생산하거나 모두 컴퓨터만을 생산하는 것보다는 자동차 생산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컴퓨터 생산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컴퓨터를 생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그래서 생산가능곡선은 볼록한 형태가 된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으로 볼 때, 이러한 휘어짐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답은 비교우위에 있다. <맨큐의 경제학>의 3장에 가면 비교 우위를 설명하면서 농부와 목장주인의 사례를 소개하는데 그 수치를 그대로 이용해보겠다. 먼저 가장 단순한 형태로 전국민이 한 명인 경제에서의 생산가능곡선을 생각해보자. 교과서의 내용대로 고기와 감자 생산량을 이용해 농부 혼자의 생산가능곡선을 그려보면 아래와 같은 직선 형태가 된다.
마치 예산제약선과 비슷한데, 고기만 생산할 때의 y절편과 감자만 생산할 때의 x절편을 이은 직선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기울기의 절대값을 a라 할 때, 감자 x개의 생산을 줄일 때 고기 ax개의 생산을 늘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 이제는 전국민이 농부와 목장주인 두 명인 경제로 바꾸어 보자. 언뜻 생각하면 이 경제의 생산가능곡선은 두 사람이 모두 고기만 생산했을 때의 32(=8+24 ; y축 절편)와 두 사람이 모두 감자만 생산했을 때의 80(=32+48 ; x축 절편)을 직선으로 이은 형태(아래의 파란색 선)일 것 같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생산가능곡선은 다음과 같은 형태(아래의 빨간색 선)가 된다.
두 사람 모두 고기만 생산하는 y축 절편에서부터 생각해보자. 현재 두 사람은 모두 고기만을 최대로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둘이 협의하여 고기 생산을 한 단위 줄이고 감자 생산을 늘리고자 하기로 결정한다. 이때 둘 중에 누가 처음으로 감자를 생산할 것인가? 각자의 생산가능곡선의 기울기에서 보듯이 농부의 생산가능곡선이 더 완만하므로 농부에게 감자 생산의 비교우위가 있다. 따라서 목장주인은 변함없이 고기를 최대로 생산하고, 농부가 고기 생산을 한 단위 줄여 감자 생산을 시작한다. 감자 생산을 좀더 늘리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로 추가적인 감자 생산은 농부의 몫이 된다. 농부의 생산여력이 있는 한 언제나 농부에게 비교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목장주인은 변함없이 오직 고기만을 생산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 과정은 농부가 고기 생산을 전혀 하지 않고 자신의 생산 능력을 모두 감자 생산에 투입하는 점 A까지 계속된다. 점 A는 각자 비교우위가 있는 상품만을 생산하는 상황이다. 즉 농부는 감자만을, 목장주인은 고기만을 생산하는 점이다.
그런데 A점에 이르러서도 감자를 더 생산하고자 한다면 이제 목장주인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제는 농부가 감자생산을 늘리던 때에 비해 불리한 대체비율이 적용된다. 감자 한 단위 생산을 위하여 전보다 더 많은 고기를 포기해야 하므로 좀더 가파른 기울기가 된다. 마찬가지로 이 과정은 두 사람이 모두 감자만을 생산하는 x축 절편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된다. 이것이 농부와 목장주인의 생산가능곡선이다.
결국 두 사람의 생산가능곡선은 각자의 생산가능곡선을 평행이동시켜 이어붙인 형태로 나타난다. 서로의 기회비용상의 차이(=생산대체비율의 차이) 때문에 각자 기울기가 다른 생산가능곡선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변곡점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은 전국민이 세 사람인 경제(아래 그림 참조), 네 사람인 경제로 차츰 늘려가도 마찬가지다. 구성원의 수가 늘어날 수록 변곡점은 하나씩 늘어나고 마침내 수천명이 넘는 큰 단위가 되면 매끄러운 형태의 곡선에 가까워질 것이다.1
- 물론 기회비용이 같은 경우(비교우위가 없는 상황)에는 변곡점이 생기지 않겠지만 현실에서 비교우위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낮으므로 이 경우는 무시해도 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