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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경제학

선물과 최적화

어떤 상품에 대해 '내 돈 주고 사자니 아깝지만 대신에 그 상품을 남이 선물해주면 좋을 것 같다' 라는 심리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이런 상황이다.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예쁜 디자인을 가진 가방이 있다고 하자. 나는 이 가방이 마음에 들어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1만 원정도면 사겠는데 가방의 가격은 2만 원이다.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가방을 사지 않기로 한다. 그런데 이 때, 누군가가 나에게 그 가방을 선물해 준다. 그러면 나는 기뻐해야 할까? 물론 기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 최적화된 상황, 즉 그 가격에서 가장 적절한 선물이었냐는 것이다.


먼저 기본 전제는 이렇다. 우리는 상품을 구매할 때 그 상품이 나에게 주는 주관적 효용(U)과 그 상품의 객관적 가격(P)을 비교한다. 이 때 효용이 가격보다 크거나 같으면 그 상품을 구매하고, 효용이 가격보다 작으면 구매하지 않는다(여기서 효용은 지불용의와 같다고 생각한다.).


① U≧P ⇒ 구매
② U<P ⇒ 구매하지 않음


어떤 상품을 자신의 돈으로 구매하지 않았다는 것은 ②에 해당한다. 즉 가격에 비해 효용이 낮은 상황이다. 앞의 가방 이야기에 적용해 보면, 나는 가방에서 최대 1만 원 정도의 만족을 느끼지만 그것의 가격은 2만 원이나 된다. 가방을 선물한 이는 2만 원의 예산을 들여 나에게 겨우 1만 원에 해당하는 효용을 준 것이다. 이것은 효율적인 상황이 아니다. 같은 2만 원으로 내가 샀을 만한, 즉 ①에 해당하는 상품을 상대방이 선물해 주었다면 나는 더 높은 효용을 얻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사기에 아까운 물건을 선물 받는다면 그 선물은 가격에 비해 적절한 선물이 아니다. 내가 사도 아깝지 않을 물건을 남이 사줘야 좋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재미있는 점이 있다. 선물 받아서 좋을 물건이라면 애초에 왜 그 물건을 사지 않았겠는가? 즉 상품의 효용이 ①에 해당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사면되지 그것을 남이 사줄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내가 합리적이라면 내 예산범위 내에서 ①에 해당하는 상품들을 이미 구매해버린 상황일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이 선물할 수 있는 상품은 내 예산범위보다 훨씬 큰 매우 고가의 선물이거나 ②에 해당하는 선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상대방은 나의 효용을 정확히 알 수도 없다. 결국 내가 받는 선물은 매우 고가가 아니고서야 모두 비효율적인 선물이 된다.


선물이 필연적으로 비효율적임에도 우리가 선물을 받고서 기뻐하는 것은, 그 상품의 가격대비 효용을 따지기보다는 주는 이의 베푸는 마음을 알기 때문이리라….